본문 바로가기

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76

76
금빛 제일 기사는 변전소 계곡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습니다.
험준한 지세가 계속되어 이동 속도가 느린데다 북쪽으로 갈수록 쌓인 눈이 많아 걸음을 옮기기 조차 힘이 들었습니다.
할 수 없이 눈을 치워 길을 만들며 전진 하다보니 주변에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한달이 다 되어 번개계곡에 도착한 금빛 기사는 우선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작은 동굴을 찾아 잠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근 한 달 동안 눈 속에서 새우잠을 자다 시피 한 금빛 기사는 모처럼 마련한 아늑한 보금자리에 눕자마자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무려 하루를 단잠으로 보낸 금빛 마우스는 개운한 몸을 일으켜 번개 계곡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계곡 양쪽에 형형색색으로 반짝이고 있는 다이아몬드들이 수도 없이 붙어 있습니다. 경계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반나절동안 곳곳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고 번개 치는 소리만 메아리쳐 들려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검은 장군이 출현해 군사력 확충에 박차를 가하자 의구심을 떨쳐 버리지 못한 은빛 사령관의 지시에 의해 어둠나라에 대한 기초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첩보대가 가동 되었었습니다.
그들이 넘겨준 정보를 기반으로 이번 정찰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하나동굴이 뚫려 국교가 수립된 이후에도 어둠나라의 요충지는 일반 마우스들의 접근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곳 중의 하나인 번개계곡에 대해선 거의 개략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을 뿐이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하다. 저렇게 중요한 전력 시설을 보초하나 세우지 않고 방치해 놓다니.....계곡 안쪽에 주둔해 있나?”
번개 계곡 입구를 지나 한참을 들어가도록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자 경계심으로 힘이 들어가 있던 어깨의 힘이 저절로 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번개소리가 새어 나오는 모퉁이를 돌아서니 귀청을 찢는 천둥소리와 함께 번개들이 사방으로 얽히고설켜 계곡 안쪽에 있는 넓은 분지를 온통 휘감아 오르고 있습니다. 하늘에서는 오래된 금속나무 줄기들만큼 이나 굵은 번개들이 쉴 새 없이 원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는 번개무리 속으로 내려 꽂혀 무수히 많은 용오름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발치 아래쪽에 계단이 보이지만 몇 발 들어서기만 하면 소용돌이치는 뇌운 속으로 빨려들어 갈 것 같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광경에 남다른 담력을 가지고 있는 금빛 기사도 등골이 오싹해지며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후우, 경계병이 필요 없는 곳이로군”
한달에 한번 씩 정비를 한다는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요행히 잠입에 성공 한다고 해도 무사히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고생을 하며 이곳까지 왔는데.....어둠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이니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시도해 봐야지!”
다음날부터 동굴 속에 앉아 계곡 입구를 바라보며 번개계곡을 수리하기위한 마우스들이 토착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렇데 시기를 잘못 잡았는지 보름을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초조해진 금빛기사는 식량을 점검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아낀다고 해도 이 상태론 고작 2~3일 정도 밖에 여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2004-03-09 02:42:52 (220.116.161.193)

'이야기와 시 > 이야기 초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74  (0) 2005.10.25
75  (0) 2005.10.25
77  (0) 2005.10.25
78  (0) 2005.10.25
79  (0) 200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