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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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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 전동차에서 내린 금빛 제일기사는 성벽 바로 옆에 쌓아놓은 상자들을 타고 올라가 성밖으로 뛰어 내렸습니다. 창고로 들어가 식량을 챙긴 금빛 제일기사는 얼음계곡을 빠져나와 북동쪽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내 눈으로 직접 죽음의 땅으로 강제 이주당한 백색 마우스들을 살펴보아야 하겠어. 소문과는 달리 아주 형편없는 오합지졸들 이라면 정규군대에겐 상대가 되지 않지. 암, 숫자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금빛 제일기사는 자신의 추측이 맞기를 바라면서도 얼음 마우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앞섭니다.
“일단 가보자”
꼬박 삼일동안 잠을 거르다시피 해서 죽음의 땅에 이르렀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니 왜 모든 마우스들이 이 곳을 그토록 두려워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평원엔 까맣게 그을려 뼈대만 남은 금속나무들이 용암이 꿈틀거리며 굳어버려 곳곳에 구멍이 뚫려 그을려 있는 용암 석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듯 고통스런 몰골로 하늘을 바라보며 서 있습니다.
최근에 세워진 듯 표면이 매끄러운 철조망이 하늘 높이 솟아 있고 곳곳에 세워진 망루엔 서너명의 감시병들이 철조망 안쪽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감시병들을 유심히 보니 모두 검은 마우스들인 것으로 보아 검은 군단이 직접 관리하는 지역 같습니다.
‘검은 군단이 직접 감시할 정도라면 흉폭하긴 한가 보군“
가까운 곳에 있는 철조망 곳곳을 살펴보았지만 얼마나 튼튼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절단용 공구가 있어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출입문이 있을 것 같아 철조망을 따라 내려간 금빛 제일기사는 매일 열대의 전동차가 죽음의 땅으로 들어갔다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전동차가 다니는 길옆에 쌓여 있는 눈을 파내어 구덩이를 만든 후 그 속에 들어가서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아침이 되자 멀리서 전동차 소리가 들려옵니다. 청각을 곤두세운 금빛 제일기사는 마지막 전동차가 지나가자 재빨리 구덩이에서 뛰어나와 적재함에 올라탔습니다.
이제 전동차가 정문만 통과 하면 바로 죽음의 땅입니다. 정문을 지나 한참을 더 들어간 전동차 행렬은 백색 마우스들이 타다 남은 고목들로 엉성한 집을 만들어 살고 있는 곳이 보이자 멈춰섭니다.
잠시 후 밖에서 수송병들이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난번 전기포의 충격이 상당히 컸던 모양이군. 전동차만 보면 모두 저렇게 꽁무니를 빼니”
“그럴거야. 최저 강도로 놓긴 했지만 병약한 마우스가 맞았다면 즉사 했을 거야”
“저들처럼 호전적이고 체력이 강한 마우스들을 잘만 훈련시킨다면 상당히 강력한 군대를 만들 수 있을 텐데”
“하하, 맞는 말이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일사불란한 조직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저들이 다른 누구의 통제를 받으려고 할까?”
“딴은 그렇군. 우리 어둠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부족이니.....”
“백색 마우스들이 역사에서 소외된 것은 타고난 탐욕 때문이야. 권력욕은 그 중 가장 커다란 욕망이지. 저들이 어둠나라의 권력과 식량. 각종 물자를 독점한다면 다른 부족들은 피지배 계층으로 몰락할 것이 분명하다고”



2004-03-09 02:37:13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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