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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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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물고기의 딱 절반을 배속에 쓸어 담은 악귀들은 포만감에 젖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용들의 서식지에서 물러났습니다.
다만 가장 덩치가 크고 다른 아귀들과는 달리 몸의 색깔이 회색인 악귀만은 용들의 서식지에 남아 고기도 별로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닥치는 대로집어 삼키고 있었습니다.
급보를 듣고 뒤늦게 바다 속으로 내려온 황금빛 용들은 느릿느릿 돌아가고 있던 악귀들의 후미를 공격해 들어갔습니다.
너무도 쉽게 무너진 용들이라 방심하고 있었던 차에 자신들 보다 서너배 빠른 움직임으로 수억볼트의 날카로운 강전을 명치에 꽂아 넣는 용들의 공격은 불과 조금 전까지 자신들이 벌였던 살육이 너무나도 자혜로운 방식임을 절감케 해줍니다.
한 마리의 황금빛용이 전광석화 같이 악귀 떼 속으로 지쳐 들어가며 동시에 수십개의 뇌전을 연사하자 눈 깜짝할 사이에 숨골은 물론 내장까지 모두 파열되어 검붉은 피를 분수처럼 쏟아내는 악귀들의 시체가 물 위로 솟구쳐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혼비백산한 악귀들이 도망쳐 보았지만 선두에 있던 수십 마리만 간신히 살아 돌아간 자리엔 수천을 헤아리는 시체들이 불과 다섯 마리의 황금빛용에게 최후의 만찬을 즐긴 대가를 목숨으로 치루고 공동묘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광란의 살육이 끝나고 서식지로 돌아와 보니 자신들의 덩치보다 세배는 더한 정말 북극 행성에서 가장 커다란 회색 빛 악귀가 바다에 흩어져 있는 용들의 극 초미립자 신체를 마구 먹어대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격분한 황금빛 용들은 일제히 뇌전을 발사해 회색 악귀를 공격해 들어갔습니다. 다섯 개의 강력한 뇌전이 악귀의 숨골에 격중되는 순간 그 충격으로 발생한 음파가 날카로운 물줄기를 만들어 황금빛 용들의 몸에 폭사됩니다.
이때 시야를 가릴 정도로 발생했던 기포들이 바다위로 떠올라 가자 회색 악귀의 모습이 점차 뚜렷해 집니다.
헌데, 이게 웬일 입니까? 이미 저승길로 갔어야 할 회색 악귀가 멀쩡한 몽을 천천히 돌려 황금빛 용들을 마주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악귀의 몸체에서 회색빛이 점점 옅어지면 자신들과 같은 황금빛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맙소사, 저 녀석이 용들의 극 초미립자 신체는 물론 여의주가지 모두 집어 삼켜 버렸어”
악귀들의 침입목적이 물고기 강탈에 있다고 생각했던 용들은 회색악귀의 신체 변화를 보면 둘러리 선 다른 악귀들과 달리 회색 악귀의 목적은 애초부처 여의주와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용들의 극 초미립자 신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 녀석은 단 십여분 만에 열도 더 되는 성체가 된 용과 그들의 완성된 여의주를 지버 삼켰어. 몸체 변화가 저렇게 빠른걸 보면 아마도 승천 전 단계에 있던 용이 적어도 둘 이상 희생된 것 같아”
“하지만 황금빛 몸체는 물 밖에서 만들어 지잖아”
“아니, 우리들과 달리 저 녀석의 몸체는 이미 황금빛인 우리의 껍질만큼 단단한 외피를 가지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무한정 여의주와 용들의 극 초미립자 신체를 집어삼켜 몸속에 가두어 두고 체화시키며 지금 우리와 거의 대등한 신체 조건을 가지게 된 거라고”
“그렇다면 바다를 벗어나 하늘로 올라갈 수 있게 되는 걸까?”
“아직 완벽한 변신이 이루어지진 않았잖아 회색빛이 드문드문 눈이 띠는 걸”
“만약 우리중 하나나 승천 직전의 수중룡을 더 흡수하게 되면 어떤 존재도 저 녀석의 적수



2004-03-09 02:20:59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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