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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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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기를 놓쳤으니 이미 신체 곳곳에 퍼져 있는 음의 기운을 태초의 빛으로 순화 시키면서 양의 기운에 해당하는 붉은 메탈을 서서히 용해시키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아, 그래서 태초의 빛으로 목욕을 시켰던 것이 로군요”
“저희 알 마우스들은 태어 난지 1주일 된 아기를 태초의 빛으로 목욕시켜 우주의 진기를 체내에 축적시켜 줍니다. 주식이 금속 성분이 강한 메탈젤리인 만큼 이를 쉽게 용해 시켜주는 태초의 빛을 넉넉히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알 마우스 족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마플이 최근에 복용한 푸른 메탈을 제대로 용해시키기 위해선 앞으로 6년 동안 매해 7일 이상 태초의 빛으로 목욕을 해야 합니다.”
“허,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치료를 해야 한다...”
“예, 그때 까지는 음의 기운이 성해서 가끔 고열이 발생하고 허약한 체질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정상적인 성장이 쉽지 않다는 말씀이시지요?”
“후, 아마도... 태어 난지 1년이 되어가는 데도 마플의 등에는 날개가 보이지 않습니다. 보통 백일 무렵부터 등에 작은 날개가 돋아나고 첫돌쯤엔 나는 연습을 시작할 수 있는데 우주의 빛이 사라져 열악해진 환경 때문에 생명의 나무가 충분한 영양 공급을 못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알 마우스 족은 다른 마우스들 보다 세배 이상의 영양분을 필요로 합니다. 아마 이미 잉태되어 자라고 있던 다른 아기들도 모두 보호하기 위해 생명의 나무가 무리한 영양 공급을 자제 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만년메탈이 아기마플의 탄생 시기에 여물어 떨어지면서 그 것을 복용해 부작용은 있었지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담하게 꾸며진 마플의 방에 들어간 기사들은 조용히 마플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다 밖으로 나왔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치료를 해야 할 정도로 정상적인 발육이 더딘 마플의 증상을 듣고 나니 편안히 잠들어 있는 모습에 일말의 안도감과 함께 가슴이 아려 옴을 여섯 기사 모두 느끼고 있습니다.
마플의 집을 나와 알 기사가 안내한 버섯 집에 여장을 푼 기사들은 고목나무처럼 쓰러져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뜬 기사들은 어제 보았던 하늘 연못의 장관을 다시 보기위해 마을을 벗어나 호수가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자욱한 물안개가 기사들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몰려들어 농도가 짙어지는 통에 지척을 분간하기 힘들어 지자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몇 발자국 걷지 않아 안개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햇살을 쏟아 냅니다.
갑작스레 밝아진 통에 부신 눈을 깜빡이며 뒤를 돌아 본 기사들은 온 몸에서 안개가 뿜어져 나오는 알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저, 저런...”
기사들의 소리에 알 기사가 눈을 뜨자 안개들이 빠르게 흩어져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습니다.
“방금... 안개를 뿜어내신 것 같은데...”
호홉을 가다듬으며 가쁜 숨을 몰아쉰 알 기사가 대답합니다.
“안개를 뿜어낸 것이 아니고 제가 끌어 모았던 안개들이 여러분들의 소리에 진기가 흩어지면서 제자리로 돌아간 것입니다.”
“안개를 끌어 모아요?”



2004-03-09 02:04:26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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