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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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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콰쾅”하는 소리를 뒤로하고 땅으로 쏟아져 내려간 푸른 섬광이 겨누었던 중앙동력 공급장치를 맞히지 못하고 근처에 있는 전동차에 격중되었습니다.
백발백중이던 마플의 번개였지만 하늘에서 날개로 균형을 잡으며 정조준 하기엔 거리가 상당히 멀기 때문이었습니다.
“콰앙~, 치지직...”
전동차의 앞 뚜껑이 폭발해 떨어져 나가고 전기불꽃이 전동차를 휘어감고 있습니다.
깜짝 놀라 하늘을 쳐다본 검은 군단은 위에 떠있는 마플과 박쥐를 발견하고 검은 전차의 포신을 최대한 하늘로 올려 포탄을 쏘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머리위에 떠 있는 목표물을 맞히기에는 각도가 턱없이 모자라 발사된 포탄은 엉뚱한 곳에서 폭발할 뿐입니다.
서둘러 땅을 파내고 전차를 후진시켜 경사면으로 내려가 땅에서 거의 직각으로 포격이 가능해지자 마플과 박쥐가 떠있는 곳으로 포탄이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검은 군단이 가지고 있는 포탄은 모두 지상 목표물 타격용인 충격신관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포탄이 날아왔다 떨어져 땅위에서 터질 뿐 공중에서 폭발하지는 않습니다.
“”슈우웅“ 귀청을 찢는 굉음과 함께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 포탄이 바로 옆으로 지나가자 몸의 균형을 잃은 마플이 땅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옆에 있던 박쥐도 잠시 균형을 잃었지만 능숙하게 자세를 바로 잡은 후 급강하해 떨어져 내리는 마플의 발목을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날개 짓을 해보았지만 마플의 몸무게를 이겨낼 만큼 다 성장한 날개가 아니기 때문에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마플의 발을 잡은 채 빠르게 끌려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박쥐의 날개에 부딪히는 공기의 강도가 거세져 뒤로 젖혀진 날개를 움직이기 조차 힘들어 졌습니다.
마플은 여전히 자신의 발을 붙잡고 있는 박쥐에게 커다랗게 소리쳤습니다.
“발을 놔! 안그러면 같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눈을 질끈 감은 박쥐는 마플의 발을 놓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가다간 둘 다 땅바닥에 떨어져 즉사를 면치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발을 놓칠 새라 두 손으로 꼭 붙잡고 죽음의 하강을 마다않는 박쥐를 바라보는 마플의 가슴 저 밑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폭발하며 눈물이 치솟게 만들었습니다.
“박쥐야...”
친구를 죽음으로 끌고 가는 자신의 무능함이 싫어진 마플은 가슴에 끌어 모아 보듬어 안고 있던 마법의 십자가를 버리고 두 손으로 균형을 잡기위해 가슴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가슴에 들러붙은 마법의 십자가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두 팔을 벌려 대충 균형을 잡은 마플은 어깨에 힘을 주어 날개를 펼쳤습니다.
활짝 펼쳐진 마플의 날개가 공기의 저항을 받아 낙하속도를 떨어뜨리자 위에 있던 박쥐의 몸이 아래로 내려가 마플의 발목에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날개를 펼쳐 움직이려던 박쥐는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날개가... 날개가 느껴지지 않아”
너무 무리해 날개를 사용해서 날개 죽지 근육이 마비된 것입니다.
이 것을 깨달은 박쥐는 즉시 마플의 발목을 납고 있던 손을 놓아버렸습니다.




2004-03-09 01:46:52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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