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과 이념의 숲속
어떤 사상과 이념을 대할 때 그 논리를 먼저 머리속에 담은후 생각을 쌓아가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헤메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해당 논리에 문제가 없는지 또한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다손 치더라도 이후 어긋남을 발견했을 때 깨버릴 수 있는 생각의 유연성과 분석이 필요합니다.
훈수꾼이 수를 더 잘 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장기나 바둑판에 들어가서 정밀하게 한수 한수를 놓고 따지고 있는 대국자들 보다 그 판 밖에서 대충 훑어보는 사람의 눈에 거시적인 흐름이 펼쳐지듯 꿰뚫어져 보인다는 소리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상과 이념 분야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계급이란?
흔히 계급 하면 이념적 구분인 유무산층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이것의 구분이 참 애매합니다. 개인이 단위가 되는 한 국가를 단위로 삼았을 때는 그런대로 기준을 세울수 있는데 이것을 국가가 기초단위가 되는 국제사회로 가지고 나가면 엉망진창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때 기세등등했던 계급해방 열기가 왜 사그러 들었고 상대적으로 잘사는 구제국주의권 선진국들에서 왜 계급해방 논리가 성공하지 못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계급의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사회성을 따져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유무산층... 이렇게 구분하는 단편적 시각은 모순일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군대 - 영원한 계급집단
계급하면 양반이니 상민이니, 귀족이니 천민이니 하는 고전적 형태가 아직 보전되어 있는 영국, 일본등이 있지만 대부분은 재산을 기준으로 유산층이냐 무산층이냐를 가름해야 할 정도로 비정형적 계급으로 변형되어 민주주의라는 느슨한 권력형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류와 영원할 계급집단이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서나 존재하고 있습니다. 바로 군대입니다. 계급을 분석하는 데 있어 군대만큼 극명하게 그 성격을 보여주는 집단은 없습니다. 군대의 계급을 가지고 판단을 해보면 계급이론의 맹점을 쉽게 판단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하늘같은 병장 - 하늘같은 쫄병
사병에게 장군보다 더 높은 계급이 있습니다. 병장이죠. 법보다 가까운게 주먹이라고 멀리있는 장군보다 코앞에 있는 병장이 더 직접적인 계급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계급의 모순적 작동은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군대는 보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힘있는 부대는 그 소속원 전체에게 권력을 투사하는데요.
국방부나 기무사령부 같은 힘있는 곳에 근무하는 군인은 웬만한 장교는 내려다 볼 만큼 조직의 권력을 등에 업게 됩니다. 이걸 밖으로 끌고 나가면 우리 군이 미군보다 하위에 놓이게 되는 현실을 만나게 됩니다. 한때 월남전에 참전을 했었는데 그때는 월남군이 우리 군보다 하위에 놓여 있었을 겁니다.
계급이론의 맹점
군대계급을 통해 살펴본 대로 사회계급을 들여다 보면 한 국가 내에서 갈라지는 계급이 국경을 넘으면 이리저리 뒤엉켜 버린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미국의 하층민이 후발국에서 중상층 위치를 쉽게 잡을수 있고 미국의 하위층으로 건너간 후발국민들이 자국에서는 중상층 위치로 발돋움 합니다.
계급이론이 간과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국경으로 막혀있던 각국의 경제력차가 이민이나 취업등으로 뚫렸을 때 전이되어 발생하는 상계현상을 빠뜨린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선후진국 중하위층이 국경을 넘어 계급상승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그래서 내부폭발력이 지속적으로 완화되어 계급이론을 무력화 시킨 것입니다.
전방위적 관점이 중요
계급이론은 아주 그럴듯해 보이지만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 및 불체자들을 우리사회의 하부층으로 감쌀 수 있을만큼 탄탄하지가 못합니다. 과거 선진국에 노동자로 취업해 몇년 일해서 단숨에 중산층으로 도약했던 사례가 우리에게도 있으니까요.
일부 이론좌파가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 및 불체자들을 감싸며 계급이론을 내세우는데 이건 모순입니다. 그들도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과거 우리 노동자들이 귀국했을 때처럼 자국내의 계급상승으로 유산층이 되어 버리니까요.
이론은 간명하다는 데...
계급이론이 모양새를 갖추려면 국가 내부와 국가 외부인 국제사회 속에서도 일관해서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폐쇄된 사회에서나 성립되는 이론을 가지고 세계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재단하려고 하면 얼기설기해 집니다. 이론좌파들이 빠지는 함정은 자기이론의 모순을 보지 않으려는 이론의 관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론은 빈틈없는 맞물림 입니다. 그런데 이것에 집착하다 보면 당연히 포함 시켜야 하는 부분이 이론을 깨뜨릴 때 그것을 받아들일 틈새가 없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결과는 뻔하죠. 완전히 닫아걸고 이론 이외의 것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복잡한 방어막을 칩니다. 그래서 사상과 이론이 어려운 것이라고 하더군요.
세상은 돌고 돌아...
지금까지 이론좌파들이 내세우고 있는 철지난 계급이론을 살펴 보았습니다. 과거 인적, 물적 이동이 많지 않았던 시대의 이론으로 국경이 없어져 가고 있는 세계화 시대를 계측해 보려고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경제력 격차 전이에 의한 계급상계현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돌고 도는게 세상입니다. 지금이야 엇나가고 있지만 경제침체가 더 심해질 경우 시대상황은 과거의 폐쇄사회를 닮아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선진국에서 이미 발생하고 있듯 경제난으로 줄어드는 일자리는 인적, 물적 이동을 축소시켜 가고 있습니다. 세계화의 끝자락이 뱉어내는 모순이 모순을 제거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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