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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정치언론

재보선 풍경

며칠사이 민주당의 반대기류에도 불구하고 구열린우리당 대선 후보였던 현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재보선 출마의사를 밝혔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출마를 검토하다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한나라당 소속 정몽준 의원이 총선유세발언 문제로 8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총선때 서울 동작을 지역에 출마해 경쟁을 벌였다 고배를 마신 정동영 상임고문이 또한번 정몽준이라는 걸림돌을 만난 모양새인데요. 여권실세인 이상득 의원등 이명박계가 정몽준 의원을 차기 당대표로 세우기 위해 상당한 움직임을 보였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민주당이 재정신청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아 벌금형이라는 족쇄를 차지 않게 되었다면 박희태 출마, 정몽준 당대표 수순으로 직행했을 것입니다. 출마를 검토해 오던 박희태 대표의 불출마 선언이 나온 배경에는 정몽준 당대표 카드무산도 한몫 했을 것 같습니다.

 

여권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반이명박 여론이 너무 극심해 어느지역에 출마를 한다고 해도 당선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더불어 한나라당 간판이 낙마할 경우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가름되어 정국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한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위와같은 일련의 흐름으로 짚어보면 박희태 대표의 출마는 궐위로 이어지고 조기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임기말에 버금가는 치열한 권력투쟁이 전개될 가능성에 대비히 준비해 왔었던 친이명박 인물인 정몽준 의원에게 정치적 흠집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당간판을 하루빨리 변경해 탈이명박 해야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만 10월까지 박희태 대표체제로 끌고갈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습니다. 그후 10월 재보선을 통해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이재오 전의원이 원내입성에 성공하면 친이명박 당대표 계보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의 입장만 난처해 졌는데요. 출마를 밝혔으니 안할수는 없고 거대 여당의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소속정당의 공천수순을 밟지 않고 무소속 출마를 하기도 쉽지 않기때문입니다. 정도를 벗어나면 정치적 생명은 물론이고 여론의 싸늘한 외면속에 이명박 정권의 사정칼날에 완전히 노출되겠지요.

 

정동영 상임고문에게 정몽준 의원은 상극인것 같습니다. 일종의 천적 비슷한 걸림돌인 셈인데요. 동작을 선거에서 대패했고 이번의 재기모색을 결정적으로 틀어버린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물론, 민주당의 재정신청이 없었다면 이러한 결과도 없었겠지만...

 

반대로 정몽준 의원에게 정동영 상임고문은 일종의 발판인 셈입니다. 안방인 울산동구를 나와 서울에 입성하는데 성공할 수 있도록 상대해주었고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다는 전력으로 정치적 위상까지 높여주었습니다. 잘하면 다음 대선때 또한번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될만한 인연입니다.

 

이것만이 아니죠. 벌금형을 받기는 했지만 민주당의 재정신청 덕분에 이명박 대통령 사람이라는 굴레를 쓰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를 확실하게 받아낸 셈이니까요. 차기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이명박 대통령은 걸림돌에 불과합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에게서 이어받은 이명박 디스카운트...

 

이제 박근혜에 이어 정몽준도 대권가도에 제대로 진입한 것 같습니다. 다만, 얼마만큼 거리를 두는 정치행보를 보여주느냐 하는 숙제가 남아있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대북경색과 경제위기에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 간다면 서둘러 세력을 만들다 낭패를 보는 자충수를 피해갈 수 있을겁니다. 운이 많이 따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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