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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정치언론

쟁점법안 타결의 묘미

1일 원내대표단 협상 난항 -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 세 차례 마라톤 협상 - 대표단 회동중 오후 3시 민주당 보좌진 150여 명이 기습적으로 본청에 진입 - 저녁 8시 한나라당 의원단이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을 기습 점거 - 밤 10시30분 김형오 국회의장 여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단과 회동 

2일 새벽 1시 30분 잠정합의안 도출 - 김 의장이 힘을 실은 '문방위 산하에 여야동수로 사회적 합의기구를 설치해 미디어법을 분리처리한다'는 중재안은 민주당 안과 비슷해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서명까지 했지만 홍준표 원내대표가 불만을 표시

새벽 4시 진행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못 받는다"는 의견우세, '김형오 탄핵' 주장 나오며 한나라당이 중재안을 거부 - 타결을 위해 예정됐던 2일 오전 10시 회동무산 -  김형오 의장은 시내 모 호텔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들 회동, 한나라당 의원들 항의 및 청와대 압박

로텐더홀 농성장에  박근혜 전 대표 참여 "처리시한 문제는 민주당이 양보해야" 지도부 지원 - 전방위 압박에 김 의장 180도 다른 카드제시 - 1시간 30분의 심사기한 제시 "안 되면 오후 4시에 미디어법은 물론 금산분리, 출총제 폐지, 통신비밀보호법까지 15개 법안을 직권상정하겠다"고 민주당 압박 - 민주당 수용

100일간 합의 기구를 운영해 논의한 후 미디어법은 표결처리할 수 있다"는 최종안 타결 - 명백한 처리 시한을 요구한 홍준표 원내대표의 요구안이나 박근혜 전 대표의 주장과 거의 일치 - 100일 후 표결처리라는 '독소조항'이 포함됐지만 민주당은 '여야동수의 사회적 합의기구'에 방점

 

전체적인 흐름을 챙겨보니 이번 쟁점법안 타결과정에서 보여진 각 정치인들의 행보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밑줄친 부분을 순서대로 읽어보면 김형오 국회의장의 태도변화가 읽혀지는데요. 청와대의 압박이 주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박근혜 전대표의 지원사격에 백기를 든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김형오 의장도 꿈이 큰 정치인 같습니다. 국회의장으로서 중재력을 발휘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또한 독자적 정치위상을 확보해 가는 모습이 역력한데요. 만약 박근혜 전대표가 가세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었다면 과연 180도의 태도변화를 보였을까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당내 역학구도를 틀어놓을 수 있는 친박세력의 수장인 박전대표가 중간입장을 견지하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면 그러한 여유를 활용해서 국회의장의 독자적 행보를 보여주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되면 여야모두가 진흙탕 정치싸움으로 까마귀가 되는 와중에 김의장 홀로 백로가 되는 어부지리가 생기게 됩니다.

 

박근혜 전대표의 농성장 합류는 너무빨리 대권행보를 보여주느라 실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는 정몽준 의원을 간단하게 제치며 강력하게 떠오를 수 있는 대권주자의 출현을 저지하는 동시에 자신이 제시한 안을 관철시키면서 한나라당내 입지를 강화하는 다중포석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한나라당내에서 실익을 챙긴건 박전대표인 셈인데요. 민주당도 결코 손해보는 결과는 아닌듯 합니다. 100일후 표결처리 한다는 것인데 6월 정도면 경제가 더 악화될 것이고 실업등 각종 사회난제들이 수면위로 다 떠오른 상태가 될겁니다. 정말 절묘한 시점이죠. 한나라당에게 많이 불리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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