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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혜의 돌에 손을 대자 온몸이 자석에 끌리듯 지혜의 돌 속으로 빨려들어 가더군요. 안에는 우리가 가장 깨달음 많았던 마우스로 추앙하고 있는 은빛 현로께서 정좌해 계시더군요.” "어서 오시오. 박쥐원로, 정말 오랫만에 말동무를 만나게 되는구려, 이곳 문지기 생활을 정말 무료 합니다."
그간의 정황을 간략히 전해준 박쥐 원로는 심각한 표정으로 은빛 현로를 쳐다보았습니다. "흠! 큰 산 건너편에 있는 어둠과 이곳의 빛을 교환해 밤과 낮을 만들었다구요?" “예. 그런데 어둠나라에서 빛을 돌려보내지 않아 지혜의 돌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혜의 돌은 에너지를 저장할 능력이 없습니다. 어둠 나라에 있는 힘의 돌과 성분이 비슷하지만 순수 극 초미립자로만 이루어진 터라 유입 되었다가 그대로 빠져 나가 버립니다. 극 초미립자 결정체들이 재결합해 에너지를 담아둘 수 있는 공간이 무한대인 힘의 돌과는 다르기 때문이지요."
"아! 정말 난감한 일이로군요. 우리 빛의 나라에서는 별다른 에너지원이 없으니... 다른 행성에 있는 생명들이 소멸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는 것인가...?" 지혜의 돌이 힘의 돌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 우주의 빛을 대신할 에너지력이 없다는 은빛 현로의 말에 박쥐원로가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허허... 우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생명 행성의 명운도 촌각을 다투는 일이지만 이대로 우주의 빛을 되찾아 오지 못하면 마우스들 또한 몇 달을 더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헌데... 어둠나라에서 우주의 빛을 되돌려 보내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은빛 현로는 마우스들의 생사가 더 마음에 걸립니다.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견고한 철갑문 때문에 어둠나라 쪽으로 먼지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쥐원로는 착잡함을 숨기지 못합니다. "음... 제일 급한 것은 에너지원 확보인데... 에너지라... 에너지..." 은빛 현로는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습니다.
그렇게 한참 허공을 바라보던 은빛 현로는 불현듯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무릎을 치며 박쥐 원로를 바라보았습니다. "빛의 나라에도 에너지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종류가 아니라서 효용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있긴 있어요."
이 말에 절망의 감옥에서 빠져 나온듯한 기분으로 은빛 현로를 바라본 박쥐원로는 답을 재촉했습니다. “대체 어떤 에너지가 이 빛의 나라에 있단 말씀이신지요?” 은빛 현로가 설명을 시작합니다. "우리 북극 행성에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살고 있는 거대한, 바로 생명들을 탄생시킨 심원의 생체 에너지가 있습니다."
"북극 행성 중심에서 용틀임 하고 있는 이 생체 에너지가 지각을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거대 지열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대 폭발이 일어나 어둠을 탄생 시켰습니다. 이때 미처 폭발하지 못한 생체 에너지 덩어리들이 대기 상층부에서 떠돌아다니다 서로 부딪히며 발생하는 것이 번개 에너지입니다."
"이 빛과 열, 번개가 우리가 알고 있는 삼대 에너지원입니다. 이 세 가지 에너지를 가두어 필요한 때 변환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힘의 돌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거의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아직 하나의 에너지원이 우리 상식 밖에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바로 생명의 나무 이지요. 물론 어둠나라에도 생명의 나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빛의 나라에 있는 생명의 나무는 아주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어둠 나라의 생명나무와는 달리 태초부터 우주의 빛을 에너지로 흡수해 오고 있었으니까요. 뿌리 또한 생명의 호수 심연에 있는 바로 마우스 행성의 생체 에너지원에 다다라 있습니다."
"생명의 나무가 그동안 수많은 마우스들을 탄생 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생체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잎을 통해 흡수한 빛의 에너지가 뿌리를 통해 흡입된 생체 에너지와 결합할 때 무형의 생체 에너지가 유형의 생명체로 변환되는 것이지요."
"생명의 나무가 힘의 돌 보다 더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은빛현로의 긴 설명이 끝났습니다. 한가지 의문이 생긴 박쥐원로가 입을엽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명의 나무에서 에너지를 추출해 낼 수 있을까요? 힘의 돌처럼 축적된 빛이나 열, 전기에너지를 그대로 담았다가 배출하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 여유만 있다면 생명의 나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변환 시켜주는 장치를 못 만들 것도 없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너무 시간 여유가 없습니다. 아래우주에 그대들이 탄생시킨 생명들이 있으니... 허허허, 칠일이라... 정말 방법이 없을까?"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은빛현로가 한숨을 내뱉습니다. "그 분이라면 혹 알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도대체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는 상황이니..." “그분이라니요? 제 앞에 계신 은빛현로 외에 이곳에 다른 분이 또 계시단 말씀입니까?” 박쥐원로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은빛현로를 쳐다봅니다.
"이 돌을 처음 발견하신 이가 시조마플 이십니다. 수천년 전 내게 이 지혜의 돌 문지기를 맡기신 후 우주의 미래를 알아보려 길을 떠나셨지요." 은빛현로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시조마플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분이시 라면 이러한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알고 계시겠군요?” 갑자기 박쥐원로의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렇겠지요. 시조마플께서 수일내로 돌아오시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생체에너지 변환 방법을 내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해 보리다." 이말에 박쥐원로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저희들 능력에 부치는 오만함을 다스리지 못해 인위적으로 탄생시킨 생명들을 사멸의 길로 빠뜨리고 지혜의 돌을 찾은 어리석음을 용서해 주십시오.”
"허허허, 삶이 깨달아 가는 과정인 것을...그러한 실수가 이곳에서는 가볍게 느껴지지만 천만리 떨어진 당사자들 에게 목숨을 요구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시면 됩니다." 기억을 되짚어 여기까지 전달해준 박쥐원로를 부축하며 희망 반 절망반이 뒤섞인 원로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나름대로의 전망을 이야기 했습니다.
“아! 시조마플께서 빨리 돌아오신다면 아주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는데...”, “맞아요. 우주의 과거를 모두 꿰뚫고 이제 미래를 탐사중 이시라니 새로운 것을 알아낼 수 도 있겠지요.”, “하지만 탐사에 나선지 수천년이 지났다는데 도대체 언제 돌아오실지 알 수 없는 일 아닙니까?”, “그렇긴 해요. 수천년 이라...”
별다른 성과도 없이 발길을 되돌린 원로들은 힘없이 철갑성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거치게 되는 마을마다 추위와 어둠에 지쳐가는 마우스들이 불안에 떠는 모습을 만나다 보니 얼마 안 있어 닥칠 빛의 나라 종말이 정말 서글프고 두렵기만 합니다.
그런데 마중 나온 은빛 사령관이 밝은 얼굴로 원로들을 맞이하며 뜻밖의 낭보를 전했습니다. “아주 기쁜 소식입니다. 며칠전 부터 자정무렵에 철갑문이 잠시 열리곤 했었답니다.”, “그게 정말 입니까? 철갑문이 열리다니요?”, “예, 오늘 오전에 하나동굴을 정찰하던 병사가 철갑문에 변화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둠으로 냉각된 차가운 기온으로 인해 문틈을 메우고 있던 얼음과 성애가 깨지고 떨어져 나간 흔적을 놓치지 않고 주변을 살펴본 결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던 얼음 기둥이 상당량 잘려져 없어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얼음 기둥이 잘려져 나가요?”
“예, 지금 철갑문 주위의 온도는 얼음 마우스들이 최상급 얼음과자를 만들어 낸다는 바로 그 빙하계곡 입구와 똑같은 상태입니다. 추측입니다만 우주의 빛을 모두 가두어 기온이 상승한 어둠 나라에서는 이러한 조건에서 얻어지는 얼음을 전혀 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둠나라 공주가 이 최상품의 얼음과자를 좋아해 얼음 공주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매일 식탁에 올라오지 않으면 난리가 난다는 얼음이 우리나라 쪽 하나동굴에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은빛 사령관은 정확한 추론을 통해 작은 정보들의 연관관계를 분석해 냅니다.
“허허, 이제 한 가지 희망을 찾았으니 어서 들어가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빨리 우주의 빛을 되찾도록 합시다.”, “얼음이 잘린 부위의 표면 결빙을 살펴본 결과 이미 삼일 전부터 얼음 채취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삼일 전부터요? 그렇다면 오늘 자정에도 저 철갑문이 열릴 가능성이 높군요?”
“예, 이미 모든 상황을 예상해서 작전 지시를 해 놓았습니다.” 원로들과 은빛 사령관이 철갑 성으로 들어가는 동안 하나동굴 주변은 각종 물자와 병력 이동으로 분주 합니다. “아직 우주의 빛 전송장치는 도착하지 않았나?”, “예, 한 시간 후에 도착할 예정 입니다.”
“어둠 나라에 있는 우주의 빛 전송장치를 장악해 가동할 수는 있겠지만 저쪽에서 동력을 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 대비책이 있어야겠는데... 방법이 없을까?” 하나동굴로 급파되어 이미 주둔해 있던 경비대와 후속부대를 통합해 지휘하고 있는 제일 기사 중 한명인 은빛 제일기사의 생각이 이 한가지 문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은빛 제일기사는 우주의 빛 전송장치가 고장 날 것에 대비해 하나동굴 양쪽 입구에 있는 창고에 예비용으로 보관하고 있던 중형 우주의 빛 전송장치를 철갑문이 있는 곳으로 이동 시키라는 지시를 내린 후 이것을 가동할 임시 동력원이 되어줄 번개 마우스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립니다.
철갑성에서는 국가 비상회의가 소집되어 원로들과 은빛 사령관이 한자리에 모여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받으며 대책을 세우는 중입니다. “흠, 중형 전송장치를 가동해서 어둠나라 쪽 동굴 입구 부위에 우주의 어둠을 뿜어보내 연막 장치를 한다는 얘기 입니까?”
“예, 철갑문을 돌파 하자마자 신속히 어둠나라 쪽 동굴입구를 장악하고 중형 우주의 빛 전송장치를 설치가동해 어둠을 최 단시간에 뿜어보내면 약 30분 안에 반경 1km를 시계불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동시에 발광능력이 있는 금빛 마우스들이 앞장서 시계를 우선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철갑마우스 기동대가 적의 진지와 포대를 장악하게 되면 하나 동굴을 통해 포병대를 진입 시키는 것보다 약 두 시간 빨리 목표 지점에 강력한 전력을 구축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은빛 사령관이 계속 작전 설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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