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2
이 번개마우스들은 어둠나라 생명나무 뿌리에서 발생한 기포에 싸여 태어난 마우스들 중 번개계곡으로 나있는 수중동굴로 흘러가는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가 살게 된 마우스 들입니다. 번개계곡은 사방에서 내리치는 번개에 의해 항상 수십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곳입니다.
처음 이곳에 떠내려 온 대부분의 아기 마우스들은 이 고압의 전류를 이기지 못해 죽어 갔지만 이들 중 극히 일부가 전기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되어 살아남는데 성공했습니다. 기포 속에서 태어나 이 곳으로 떠내려 온 수많은 아기 마우스들이 계속 죽어가는 것을 안타까워한 생존자들이 해법을 찾아나섰습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연구를 거듭하던 번개 마우스들은 살아남은 아기들이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다른 아기들 보다 한살 더 성장한 상태에서 이곳에 들어온 아기 마우스들은 모두 살아남았던 것입니다.
어느 정도 성장을 한 후 이곳에 오게 되면 전기에 대한 내성이 생겨 생존율을 높여줄 것이라고 생각한 번개마우스들은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 중간지점에 굴을 만들고 이곳에 기포에 싸여있는 아기마우스들을 한해 머물게 하고 호수로 데려갔습니다.
하지만 호수에 도착한 한돌 바기 마우스들이 모두 전기에 감전되어 숨지는 것을 보자 당혹감을 이기지 못하고 체념하고 있는데 살아있는 아기 마우스가 번개계곡 호수 우측에서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는 전갈이 있어 그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들이 도착한 직후 다른 아기 마우스가 기포를 터뜨리며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연이어 아기 마우스들이 떠오르는 곳을 탐사한 번개 마우스들은 생명나무에서 호수 우측으로 나있는 새로운 이동통로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이동경로는 마치 창자처럼 이리구불 저리구불 하여 이곳을 통과 하는데 꼬박 일년이 걸립니다. 이 통로는 생명나무에서 멀어져 번개계곡에 가까워질수록 전압이 조금씩 올라가기 때문에 기포 안에서 일년을 보낼 수 있는 양분을 체내에 비축하고 태어난 아기 마우스들이 조금씩 내성을 키울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이것을 알게 된 번개 마우스들은 생명나무 뿌리 앞쪽에 있는 수초들을 그물처럼 엮어 방벽을 만들고 생존경로 쪽으로 마우스 기포들이 흘러 들어가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이후부터는 단 한명의 희생됨 없이 모두 전기내성을 갖추고 번개계곡으로 안전하게 떠내려가 살수 있게 되었습니다.
번개마우스들은 정기적으로 구조방벽을 보수하러 생명의 호수에 들리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의례 다른 부족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귀동냥 하곤 했는데 빛과 어둠을 교환하는 어려움을 전해들은 번개마우스 원로가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던 장치도면을 보내온 것입니다.
번개계곡은 우기 때마다 폭우로 인해 번개호수의 수위가 올라가곤 했습니다. 평소에 수면 50M위 호수 중심 작은 섬에 번개를 잔뜩 머금고 있는 거대한 돌덩어리가 올라와 닿은 호수 물에 수천만 볼트의 전기를 방전해서 수십만 볼트의 내성밖에 없는 번개 마우스들이 몰살 시키다시피 해왔었습니다.
이런 일을 수천년 동안 겪은 번개 마우스들이 불어나는 물을 계곡 밖으로 퍼내는 장치를 고안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돌이 바로 대륙통합 때 어둠나라로 떨어져 내린 극 초미립자 덩이인 힘의 돌입니다. 이 장치는 기체나 액체를 뿜어 보내는 펌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기를 몸에 지니고 사는 번개 마우스들이 자신들의 생체 에너지를 이용해 움직이는 전기 구동장치를 연결해 작동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장치를 커다랗게 만들고 번개를 머금고 있는 힘의 돌에서 전기를 뽑아 연결해 자동으로 작동시키면 온나라 마우스들이 수동으로 장치를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기막힌 방법 이었습니다.
양쪽 나라에서는 이 빛교환장치 작동에 필요한 대형 전기 구동장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물자들을 하나동굴 입구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빛의 나라 금빛 마우스 족은 전도성이 가장 강한 금을 캐내어 금으로 된 전선을 만들기 시작했고 철갑 마우스들은 전기구동장치의 외형 틀과 축을 만들어 보냈습니다.
다른 마우스 족들은 이를 운반하기 위한 운반도구들을 만들었습니다. 어둠나라 또한 번개계곡에서 하나동굴 근처에 있는 평지까지 전신주를 가설한 후 금빛 마우스 족이 보내온 순금전선을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이 평지에 힘의 돌에서 보내지는 번개의 전압을 적정수준으로 내리기 위한 변전소를 만들었습니다.
하나동굴 양쪽 입구에는 빛교환장치에 연결된 대형 전기 구동장치가 조립되었고 변전소에서 출발한 순금 전선이 어둠나라 쪽 빛교환장치에 연결되고 대형관을 따라 하나동굴을 가로질러 빛의 나라 입구에 있는 장치에도 연결되었습니다.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나고 양쪽나라 마우스들이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번개계곡에 있는 힘의 돌과 연결된 순금전선을 타고 수십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기 시작하자 귀가 멍해질 정도의 굉음을 내며 집채만한 전기 구동장치가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수동으로 할 때는 수많은 마우스가 매달려 반년이 걸리던 일이었지만 전기 구동장치에 의해 어둠나라에 있는 우주의 어둠이 빛의 나라로 뿜어져 나오고 열두시간만에 양쪽나라의 밤낮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두 나라는 전기 구동장치가 돌아가는 굉음을 시작으로 아침과 저녁을 맞바꾸어 하루를 보내고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대지는 더욱 풍요로워 지고 빛의 나라에서는 점점 사막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둠나라에도 빛이 닿지 못하는 번개 계곡과 만년 빙하계곡을 제외하곤 푸른 새싹들이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번개계곡 상공엔 대륙 충돌시 분출된 극 초미립자 덩어리인 힘의 돌이 지표면에 충돌하여 발생한 먼지구름이 있습니다.
대륙충돌시 생겨난 거대 에너지 장이 운무를 형성해 머물고 있기 때문에 달마다 이것이 흩어지는 단 사흘을 빼고는 한줄기의 빛도 스며들지 못합니다. 만년 빙하계곡 또한 좌측 능선이 우측을 뒤덮고 있는 형상으로 우주의 빛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는 마치 얼음을 깎아 만들어 놓은 듯한 얼음 마우스들이 살고 있습니다. 빛과 어둠의 교환으로 외부 온도는 상승 했지만 워낙 깊은 계곡이라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여전히 영하 수 십도의 차가운 기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만년빙하계곡의 얼음 마우스들은 지천에 깔린 얼음들을 먹음직스럽게 잘라 얼음과자를 만들어 어둠왕궁의 금속벌레와 교환하며 식량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빛의 나라가 새로운 교역상대로 등장해 그 곳의 금속 벌레와 발효 숙성된 금속열매를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얼음과자는 빛의 나라에서도 최고의 상품가치가 매겨져 아주 많은 양의 식량들과 교환하게 되어 얼음계곡을 풍족하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생명체의 욕심은 끝이 없는지 예전의 무덥고 춥던 환경을 그리워하게 된 일부 마우스들이 원로들에게 일년에 단 며칠이라도 예전의 기온상태로 있고 싶다는 부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양쪽 원로들은 의논에 의논을 거듭한 끝에 우주의 빛과 어둠의 양을 조절하여 알맞은 기후를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그 결과 북극 행성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차례로 순환하는 계절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한쪽이 봄일 때 다른 한쪽은 가을이 되고 한쪽이 여름일 때 건너편은 겨울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일정한 계절의 변화가 시작되자 모든 생명체들의 생활 주기도 사계에 맞추어 적응해 가기 시작 했습니다. 두 나라의 대지는 점점 풍요로워 지고 계절에 맞추어 생활하다 보니 추운 겨울에 모자라는 식량을 봄부터 가을까지 준비하여 한해를 보내는 지혜를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자 이제는 제법 여러 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식량이 모아지고 이것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새로운 방법도 찾아내게 되었습니다. 어둠 나라의 만년 빙하계곡은 영하 수십 도의 저온으로 인해 금속 벌레를 냉동 보관하면 삼년동안 그 선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금속열매는 숙성 발효시킨 후 말려서 건과로 만들기 때문에 특별히 저온에 보관하지 않아도 되지만 장기 보관을 위한 분량은 이곳으로 보내졌습니다. 빙하계곡 곳곳에 커다란 창고들이 만들어 지고 각지에서 생산된 잉여 식량들이 이곳에 보내지고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식량 사정이 여유로워 지자 하루살기에 급급했던 마우스들은 남는 시간의 여유를 즐기며 북극 행성 밖의 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방을 둘러싼 산맥이 하늘 끝에 가 닿은 어둠나라 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빛의 나라에는 아래우주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북서쪽 해안가에 있는 빛의 나라 바다 폭포가 뚫어 놓은 거대한 우주구멍을 통해 바라보면 우주의 끝인 북극 행성 아래세상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다가옵니다. 아직 빛이 없어 보이지 않았지만 다이아몬드 마우스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각을 맞추어 설치한 커다란 반사경들을 통해 우주의 빛을 내려 보내게 되었습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우주구멍을 가득 메운 촘촘한 행성들이 아름답게 무리지어 은하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전망대에 올라가 우주를 내려다본 북극 행성 각 부족의 원로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행성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들을 자세히 보기위한 방법을 찾는 한편 창의력 있는 마우스들이 지혜를 모아 새로운 기술과 장비들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발명에 열중하던 마우스들은 밤이 되어 사방이 컴컴해지면 일을 중단해야 하는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빛의 나라에서는 황금 마우스들이 자신들의 생체발광 능력으로 빛을 발산해 이들을 도우기 시작 했지만 체력 소모가 워낙 심한 일이라 밤새우기를 밥 먹듯이 하는 발명가 마우스들을 제대로 도와 줄 수가 없었습니다. 어둠나라는 예부터 번개계곡에 있는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얻어지는 발광 다이아몬드로 불을 밝히곤 했습니다.
워낙 귀한 물건이라 어둠나라의 왕궁과 각 마을에 한개 씩 그리고 빛의 나라에 보내진 세 개가 전부입니다. 중요한 행사나 유사시에 꼭 필요한 물건이라 마우스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발명에 사용할 수는 없다는 원로들의 신중한 결정으로 천연 발광 다이아몬드를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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