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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메탈젤리에 의해 악취도 심했지만 이렇게 한번 오염된 땅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회복되지 않고 불모지로 변해 버렸습니다. 빛의 나라 곳곳이 오염되기 시작하자 놀란 각 부족의 원로들이 선조들의 전언에 따라 지혜의 돌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지혜의 돌 앞에 모래에 반쯤 묻힌 은빛 현로를 정성스레 묻어준 원로들 중 하나가 지혜의 돌에 조심스레 손을 가져다 대었습니다. 손이 닿자마자 자신의 모든 것이 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나이가 지긋한 은빛 마우스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나는 은빛 현로라 불렸던 마우스 일세... 자네는 철갑 마우스 부족의 원로로군, 지금 빛의 나라가 메탈젤리 때문에 오염 되는 것은 바로 메탈젤리를 주식으로 하는 알 마우스 족이 사라져 적당한 시기에 속아내 주지 못해 발생한 일이야... 우리 선조들의 무지가 수천만년이 지난 지금 자네들에게 엄청난 시련을 주고 있군...”
“해결책은 하나뿐 일세... 지금 돌아가는 즉시 메탈젤리를 모두 바다에 가져다 버리도록 하게나... 명심할 것은 하루에 나무 한그루분의 메탈젤리만 바다에 넣어야 된다는 것이야... 그래야 바다가 메탈젤리를 충분히 분해해서 바닷물에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네...”
“만약 이를 어긴다면 지금보다 더한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일세, 그만 돌아가도록 하게..." 작별인사를 나눈 후 손을 떼자 조금 전 까지 눈앞에 있던 은빛 마우스가 사라져 버리고 커다란 바위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혜의 돌에 자문을 구한 원로들은 돌아와 하루에 한번씩 한그루분의 메탈젤리를 바다에 버리게 되었습니다.
커다란 위기를 지혜의 돌 덕분에 모면하게 되자 모든 부족이 합심하여 고마움의 표시로 소박하지만 견고한 탑을 쌓아 지혜의 돌을 보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훗날 지혜의 탑이라 불리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세월이 또 흐르고 큰산 양쪽 분화구에서 흘러내린 용암으로 인해 옆 부분이 녹아내리며 동굴이 생겨났습니다.
이것이 점점 깊어져 마침내 양쪽 동굴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마우스들이 빛의 나라와 어둠나라가 하나 되게 한 동굴이라는 뜻으로 하나동굴이라 부르는 곳 입니다. 시간이 흘러 양쪽 화산이 휴식기에 들어가고 관통된 동굴에 유입된 용암이 식자 빛의나라 마우스 들이 동굴을 탐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갖가지 종유석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중간 부분에 이른 마우스들은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눈앞에 기이하게 생긴 마우스들이 신기하다는 듯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큰 산 저 건너편에 살고 있는 어둠나라 마우스들 이었습니다.
수만년 동안 큰산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같은 시간을 살아온 빛의 나라와 어둠나라 마우스들의 역사적이 첫 만남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빛의 나라 마우스들은 캄캄한 어둠과 살을 에는 차가운 공기, 그리고 태어나 처음 보는 얼음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어둠나라 마우스들 또한 온 세상을 밝게 비추는 우주의 빛과 따듯한 공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금속나무와 갖가지 식물들에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제 양쪽나라 마우스들이 서로 다른 환경을 구경하는 관광이 아주 중요한 행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두 나라는 각각 서로 다른 고민을 안고 있었습니다. 빛의 나라는 점점 상승하는 온도 때문에 사막화가 빨라지고 어둠나라는 점점 하강하는 온도 때문에 얼음으로 뒤덮이는 면적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자연현상 때문 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나라 원로들이 몇 달을 두고 숙의한 끝에 빛의 나라에 있는 우주의 빛과 어둠나라에 있는 우주의 어둠을 서로 조금씩 나누어 갖기로 했습니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보았지만 도무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자 빛의 나라 원로들이 비밀리에 지혜의 탑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지혜의 돌은 아주 중요한 존재라 빛의 나라 각 부족의 원로들만이 임종시 차기 원로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풍문으로 돌아다니는 전설에만 등장할 뿐 빛의 나라 일반 마우스 들이나 어둠나라마우스 들은 실존한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지혜의 돌은 압축펌프를 고안해내서 그 도면을 빛의 나라 원로들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이때부터 하나동굴을 가로지르는 빛과 어둠의 교환 통로가 만들어지는 대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빛의 나라 입구 에서부터 어둠나라 입구까지 하나동굴 천정에 견고한 금속관이 가설되었습니다.
이곳을 통해 어둠을 빛의 나라 쪽으로 밀어 보내면 상대적 밀도가 낮은 우주의 빛이 큰 산위로 밀려 올라가게 되고 하부에 어둠이 깔리는 양만큼 큰 산을 넘어 어둠나라로 흘러가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양쪽나라 입구에서 수많은 마우스들이 모여 수동으로 우주의 빛 전송장치를 가동하여 빛과 어둠을 교환했습니다.
빛과 어둠을 완전히 바꾸는데 반년, 다시 되돌리는데 반년, 도합 1년에 2번 양쪽 나라에서 밤과 낮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두 나라의 모든 마우스들이 매달려야 했기 때문에 그 폐해가 심각 했습니다. 우선 1년은 그 동안 비축해 두었던 식량을 소진하며 빛과 어둠을 교환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당장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마우스들이 식량 생산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다 6개월 단위로 바뀌는 기후의 변화가 두 나라의 생태계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 시켜 예전에 비해 식량 수확량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꼭 부정적인 결과만 발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빛과 어둠의 교환으로 빛의 나라의 사막화와 어둠나라의 결빙 속도가 조정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단조로운 환경에 무료해 있던 양쪽나라 모두 기후와 밤낮의 변화는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유지하고 싶은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이 무렵 빛의 나라 은빛 원로는 줄어드는 수확량과 식량 생산에 들어가는 막대한 노동력을 줄이기 위한 방법에 골몰하고 있었습니다. 금속 벌레를 신속히 채집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 내기도 하고 금속 벌레가 보다 빨리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구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메탈젤리 제거 작업을 감독하기 위해 가던 중 몇명의 어린 마우스들이 바닷가에서 무언가 열심히 주워 먹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다에 있는 것 중 근해에 마우스들이 식량으로 삼을만한 것이 전무 하다는 것을 잘알고 있는 은빛 원로는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어린 마우스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어린이들의 손에 들려있는 것을 유심히 살펴본 은빛 원로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색깔은 다르지만 어린이들이 먹고 있는 것은 분명 금속나무 성장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도 하고 썩으면서 뿜어내는 황산녹물의 독성 때문에 바다에 버려진 메탈젤리였기 때문입니다.
알 마우스를 제외한 그어떤 부족도 메탈젤리를 먹을 수 없음을 잘알고 있는 은빛 원로는 황급히 다가가 어린이들 손에서 메탈젤리를 빼앗아 바다에 버렸습니다. 메탈젤리는 황산 독성으로 인해 이를 중화시켜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알 마우스 이외에는 목숨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무서운 열매였습니다.
그런 메탈젤리를 먹고도 아무 이상이 없는 아이들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린 은빛 원로는 바다위에 떠 있는 메탈젤리들을 검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한 아이가 손가락으로 은빛 원로가 방금 집어든 메탈젤리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그 열매는 먹지 못해요. 자세히 보세요. 아직 겉에 황색이 남아 있잖아요. 우리처럼 황색이 모두 없어진 이런 열매만 골라서 드세요. 정말 맛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바다 속에 버려진 메틸젤리 중 버린 지 오래된 열매는 황색 산성이 바닷물로 빠져나가면서 탈색되어 있습니다.
타원형 계란 모양의 금속벌레처럼 단아한 흰색으로 변해 물위에 떠있고 아직 황산이 덜 빠져나간 황색 메탈젤리들은 물속에 잠겨 바닷가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 해안을 둘러보니 황산 피막이 녹아 내부 독성이 제거된 후 소금기가 스며들어 발효 숙성된 열매들이 바다가로 밀려와 모래사장 곳곳에 쌓여 있습니다.
아이들이 건네주는 흰색 메탈젤리를 먹어본 은빛 원로는 그 담백하고 새로운 맛에 빠져들어 단숨에 다섯 개를 더 먹었습니다. 은빛 원로와 아이들이 있는 메탈젤리 처리장을 중심으로 바다위에 하얗게 떠있는 숙성된 메탈젤리와 해안 모래사장에 쌓여 있는 열매들의 양이 보통 많은 것이 아닙니다.
며칠 더 머물며 조사해 본 결과 바닷가 주변 마우스들은 빛과 어둠을 바꾸는 대역사로 식량이 줄어들자 금속벌레 이외의 먹을 것을 찾던 중 너무 나이가 어려 메탈젤리의 독성을 모르는 아기 마우스가 이것을 먹고도 아무 탈이 없는 것을 보고 이때부터 모자라는 식량을 발효된 메탈젤리로 보충하고 있었던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은빛 원로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쓸모없어 모두 버릴 수밖에 없는 메탈젤리가 이렇게 훌륭한 식량으로 탈바꿈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문득 선대 원로들에게 메탈젤리를 바다에 버리도록 일러 주었다는 지혜의 탑 쪽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감사의 목례를 보냈습니다.
내친김에 일반 금속열매도 바닷물에 발효 숙성시켜 먹어본 은빛 원로는 메탈젤리보다 맛은 덜하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한 일반 열매도 포함해 대량의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이 사실은 곳 온 나라에 알려져 식량이라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시름을 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양쪽나라 대부분의 마우스가 매달려야 하는 빛과 어둠의 교환은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한달에 단 삼일만 거르고 항상 번개가 휘몰아쳐 번개계곡이라 이름 붙여진 곳 안쪽에 있는 호수 한가운데 섬에 터를 잡은 번개마우스 족이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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