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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상 정보들을 분석해서 비슷한 종별로 분류한 후 일치하는 환경 및 동일한 동식물의 출현 빈도를 가지고 조각을 짜 맞추어 시대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시작 했다네... 정말 신나더군... 그 재미에 푹 빠져 정신없이 며칠을 보내던 어느 날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번개처럼 떠오른 거야...”
“모든 동식물들의 개체는 소멸해 가지만 본질인 DNA는 영속한다는 시실 이었지... 물론 종이 멸하면 DNA 또한 수명을 다 하는 것이지만... 바로 각 기억이 가지고 있는 이 DNA의 신호 체계를 파악 한다면 영상정보 외에 또 다른 정보 해독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야...”
“하지만 쉽지 않더군... 내가 가진 정보 해독 체계는 언어와 영상, 그리고 촉감 등의 감각이 전부였으니까... 까마득한 절벽에 다다른 나는 정말 실망스러웠어... 한숨만 나오더군... 그래도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었지...”
“일단 다른 개체의 DNA 보다는 나 자신의 DNA 해독이 수월하리라 단정하고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하기 시작 했다네... 시간만 흐르고, 진척은 없고, 어차피 돌 속에 기억된 나는 남는 게 시간 이었으니까 갖가지 방법을 느긋하게 하나씩 적용해 보던 중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지...”
“DNA의 신호체계는 내가 알고 있는 영상, 언어, 감각과는 다른 구조일 것이다... 따라서 나의 신호체계를 DNA에 맞추면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것이 가능할까? 궁리 끝에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신호체계를 해체해 보자는 결심을 굳혔어...”
“기존의 모든 신호체계가 해체되고 남는 그것이 바로 내 원천의 신호인 DNA 신호체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지... 이 때부터 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씩 지워 나가기 시작했지...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 자신의 이름마저 가물가물해질 즈음 무엇인가가 느껴지기 시작했어...”
“하지만 실체를 잡을 수도 무엇인지 파악할 수도 없었네... 남는 게 시간이니 거기에 맡길 수밖에... 정말 아무것도 없었지... 나도 나의 생각도 주변의 모든 것도 느끼기는 하지만 알 수 없는 그 무엇... 종국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지지도 않았어...”
“마치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 느낌... 그러한 느낌이 서서히 어떤 경이로운 영혼의 파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지... 파동 폭이 서서히 커지면서 옆의 무엇과 부딪히기 시작하고 부딪힌 그것이 바로 또 하나의 나라는 것... 몇 번을 반복해 부딪히자 움직임이 빨라지고 어느 쪽으로 끝없이 날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부딪히고 다른 쪽으로 튕겨나가고 점점 충격이 심해지며 무수한 내가 느껴진다... 다른 하나와 부딪힐 때마다 하나의 시간이 생겨나고 그렇게 무수한 부딪힘과 무수한 시간이 생겨날 즈음 다른 하나와 하나가 되고 또 하나가 되어 커지고 또 커지고...”
“결국 모든 하나가 하나가 되어 버렸지... 비로서 DNA와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라네... DNA의 기억은 생명의 원천과 변이에 관한 정보였어... DNA는 바로 우주의 기본성분인 극 초미립자의 신호체계로 형성된 물질이었으니까...”
“DNA의 정보 해독에 성공하자 내 두뇌의 95%가 DNA 의 정보체계로 내 생명의 원천까지 이르는 방대한 자료가 기록 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우리 두뇌의 5%만이 생존하는 개체에 할당 되어 현실에 활용 되고 나머지 95%는 잉태될때 모체의 두뇌에 수록된 정보를 그대로 복사해 다음 개체에 옮겨지게 되는데..."
"그렇게 종이 멸할 때까지 생명체의 기억이 이어지지... 간혹 태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세상의 이치를 스스로 터득한 마우스들이 나타나곤 했는데 바로 모체의 두뇌에 축적되어 대물림 받은 선대의 기억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두뇌 구조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야...”
“바로 DNA의 신호 체계를 탄생한 이후에도 잃어버리지 않아 95%에 기억된 자료의 의미를 현생의 언어로 변환해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일세... 우리 알 마우스 족에는 이러한 마우스 들이 상당수 태어나고 있네... 지금 내가 이야기 해주는 것들에 대한 궁금증이 많을 게야..."
"또한 나와 사라진 알 마우스에 대해서도, 자네가 생을 마칠 때쯤 이 돌로 다시 돌아오면 이 안에 있는 자네의 기억에 모든 해답이 들어있을 거야... DNA의 정보 체계는 그 특성상 영상이나 감각 등의 정보 자료들보다 아주 간결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자료를 두뇌 속에 수록할 수가 있지...”
“비록 용량제한이 있는 두뇌이기는 하지만 그 95%는 상상하기 힘들만치 방대한 정보를 담을 수가 있다네... 우리의 두뇌에는 미세 연관세포 라는 것이 있어 관련성 있는 정보를 모두 연결하는 기능을 수행하여 정보 중 중첩되는 부분은 한 가지 단위만 수록하기도 하지..."
"그리고 기초 자료들만 분석해 수록하기 때문에 축약된 각 정보개체를 재조립해서 영상 및 감각으로 복원 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지... 그러다 보니 어느덧 몇천년이 흘렀더군... 나는 우주의 과거를 모두 보았네... 이제는 우주의 미래를 여행하려 하고 있지...”
“이 돌에 기억된 DNA와 동일한 신호 체계인 하나행성의 미래에 대한 기억들을 만나려 한다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어, 바로 이 돌이 가진 이러한 능력 때문이지... 미래는 지금 내가 자네를 만나고 있는 이곳의 정 반대쪽에 있어..."
"감스럽게도 그 곳으로 여행을 떠나려면 자네의 손이 닿은, 이 돌이 외부와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유일한 관문인 이곳을 지킬 수가 없게되네... 이곳은 정말 복잡한 곳이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저장되어 있기는 한데 이것들이 뒤죽박죽 엉켜있거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고 싶은데 마치 미로 같은 곳이라 쉽게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지... 한번은 욕심이 앞서 그곳에 갔다 몇 달을 헤맨 적이 있었는데 고생 고생하다가 겨우 이곳에 돌아올 수 있었지..."
"그런데 돌아 온지 한 시간도 채 안되어 어떤 마우스가 이 돌에 손을 대었어, 아마 손모양이 음각되어 있으니 신기 했었겠지... 반갑기도 했지만 극 초미립자 돌의 정보전달 기능을 차단한 후 우선 상대방의 생체정보를 복사해 그 마우스를 판독해보았네..."
"그는 이 돌의 전설을 듣고 찾아 왔더군... 놀랍게도 이 돌에 어떤 잠재된 힘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파괴적 야심을 키우려는 마우스 였어... 생각해 보게, 만약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였거나 아니면 조금만 늦게 돌아 왔다면 그는 이 돌의 비밀을 알아 버렸을 것이야..."
"만약 그렇게 되었었다면 이안에 담긴 어마어마한 우주의 힘이 파괴적인 목적으로 쓰였을 것 아닌가? 우주 정복도 가능한 힘이 말이야... 정말 아찔해 지더군... 그래서 우주의 미래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지금껏 이 돌의 입구에서 따분한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는 것지...”
“자네가 이곳을 맡아 준다면 나는 수천만년 동안의 무료했던 문지기 생활에서 벗어나 미래로 날아갈 거야... 그렇게 된다면 하나행성의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이모든 것을 자네에게 빠짐없이 알려 줄 것을 약속 함세... 어떤가? 이 우주의 모든 것이 궁금하지 않는가?” 시조마플이 긴 이야기를 끝마쳤습니다.
“물론 궁금하지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곤란 합니다." 은빛 마우스는 계획했던 일의 절반도 해놓지 않은 상태라 선뜻 시조마플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알아낸 모든 것들을 기록해서 후세에 남기는 작업만 해도 한두해 가지고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음, 물론 그렇겠지... 지금 당장은 아니고 자네의 생체가 수명을 다할 때쯤 이곳으로 다시 오게... 그때 다시 만나자고, 아! 정말 기대가 되는 군..." 이후 은빛 마우스는 현로라 불리며 빛의 나라 곳곳에 서로 이롭게 하는 공존공생의 삶을 설파하다 사막으로 떠난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사막으로 떠나기 전 각 부족의 원로들을 불러 모은 은빛마우스는 당신들의 지혜와 능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닥치면 사막에 있는 커다란 돌을 찾아오라고 일렀습니다. 바로 지혜의 돌이라고 하면서... 시조마플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러 가는 길입니다.
지혜의 돌 앞에 쓰러져 있는 은빛 마우스의 주검을 발견한 것은 하늘을 날던 알 마우스 족의 주식인 메탈젤리가 금속나무 꼭대기에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할 무렵 이었습니다. 메탈젤리는 열매가 열리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 하지만 이 열매를 직접 가지에서 따주지 않으면 떨어지지 않고 한없이 커지기만 합니다.
이 메탈젤리가 정도이상 커지게 되면 모든 영양분을 독점하게 되어 줄기와 뿌리가 말라죽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어떤 금속나무는 커질 대로 커진 메탈젤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옆으로 쓰러지기 도 하고 위쪽 가지가 부러져 내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자 메탈젤리를 따내는 일에 모든 부족이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비대한 메탈젤리를 따낸 마우스들은 군데군데 산더미처럼 쌓아 놓았습니다. 이 메탈젤리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썩어 내리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흘러내린 금속성 액체가 주변 토양을 황갈색으로 오염시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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