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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11,12,13

11, 12, 13

결국 금속벌레들이 녹여주는 금속양분을 흡수할 수 없게 된 금속나무의 뿌리가 썩어들어 가고 종국엔 고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되어 사막화 현상이 점차 확대되자 비로소 위기의식을 느낀 다른 부족들은 서둘러 대책 회의를 열게 되었습니다.


각지에 연락해 각 부족의 원로들이 자리를 함께 했지만 알 마우스 족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백방으로 수소문해 보았지만 알 마우스의 주식인 메탈 젤리가 모든 금속나무에서 사라진 얼마 후 빛의 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다음부터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슬프게도 제일먼저 알 마우스 족이 생존경쟁에 밀려 빛의 나라에서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뒤 늦게 자신들의 무분별함을 깨닫게 된 다섯 부족들은 자원의 유한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마구 파헤쳐진 갱도를 다시 메우기 시작 했습니다. 이후부터는 꼭 필요한 만큼의 채굴이 엄격하게 지켜지게 되었습니다.


숲을 복원하며 알 마우스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무심한 시간만 울창해져 가는 나무들 사이로 흘러갈 뿐이었습니다. 어느때인지는 모르지만 알마우스 하나가 큰산 쪽에서 생명의 나무위로 날아갔다는 목격담이 잊혀질만 하면 들려오기 시작했고 한 박쥐마우스는 공중에서 알마우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도 했습니다.


북극 행성에 커다란 재앙이 도래해 모든 마우스들이 한꺼번에 사라질 위기가 닥치면 반드시 이 세상으로 돌아와 힘을 보태겠노라고... 그러면서 약속의 표식을 사막 가장자리에 있는 커다란 바위에 새겨 놓았으니 이를 보며 지금과 같이 대자연과 어우러져 하나 되어 사는 모습을 잃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각 부족의 원로들은 가장 풍성했던 알 마우스 족의 주 거주지 였었지만 이제는 사막이 된 곳에 자리한 커다란 돌을 찾아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마치 둥근 공을 반 잘라 엎어 놓은 듯한 바위의 정수리에 가로로 두 줄 여기에 겹쳐서 세로로 두 줄 우물 정자와 비슷한 홈이 파여져 있습니다.

 

그 바로 아래 땅위 서있는 마우스 심장 높이에 어른 마우스의 손을 찍어놓은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습니다. 모두 이 손 모양에 손바닥을 같다 대었지만 딱히 들어맞는 이가 없었습니다. 결국 약속의 표식만 확인한 채 알 마우스의 당부를 가슴에 새기며 되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먼 훗날 은빛 마우스 족에서 지혜로운 마우스가 나타나 빛의 나라 역사를 연구하며 유적을 살펴보던 중 사막에 이르러 바로 이 돌에 손을 대어 보았습니다. 아주 신기하게도 손의 크기가 딱 들어맞자 내심 신기해하던 은빛 마우스는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음성에 깜짝 놀랐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네, 나는 빛의 나라 마우스 부족 중에서 지혜롭고 평화를 사랑하며 모든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우스가 나타나리라 믿고 있었네... 이 돌에 있는 손모양은 그러한 마우스의 손이 닿아야 딱 들어맞게 변형이 되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이 안에서 임의로 조정을 할 수 있지...”


“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고? 이 돌은 우주만물의 기본인 극 초미립자 덩어리라네... 모든 생명체의 몸속에는 바로 이러한 극 초미립자들이 영혼을 형성하고 있고 몸을 통해 쉽게 정보를 교환할 수도 있는데 나또한 자네의 손을 통해 모든 기억을 전달받아 어떠한 마우스 인지 판단해 본 것이지...”


“그 결과 수만년동안 기다려 왔던 맑은 영혼의 마우스가 바로 자네라는 것을 알았어... 극 초미립자의 정보는 질량이 작은 쪽에서 큰 쪽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지... 자네의 모든 기억도 방금 이 돌 속에 입력되어 하나의 기억 단위로 저장 되어있네...”


“이러한 능력을 가진 것은 이 극 초미립자 돌과 생명의 나무 이외에는 없다네... 생명의 나무에는 양과 음의 두 나뭇가지가 있는데 남녀 마우스가 이것을 붙잡고 혼인서약을 할 때 손을 통해 마우스의 생체정보와 기억들을 극 초미립자 돌과 같은 방법으로 복사해서 아기주머니 꽃에 주입시키지...”


“아기주머니 꽃은 이 생체정보와 기억들을 융합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고 두뇌의 95%를 본능영역으로 설정해 이곳에 DNA 신호체계로 이루어진 생체 정보와 부모의 기억들을 저장해 둔다네... 하지만 생명의 나무는 복사한 정보를 아기주머니 꽃에 전달하는 역할만 하지..."

 

"반면 이 극 초미립자 돌은 모든 정보를 개체 단위별로 담아두고 있어 태고의 비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네... 아참! 나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많겠지? 나는 알 마우스의 시조인 마플이야... 내 이름이 마플이 된 것은 금속나무 숲을 찾아내기 위해 하늘높이 날아올랐다 원을 그리며 활강해 내려오는 모습 때문이었어..."

 

"이러한 나를 밑에서 올려다보던 다른 마우스들이 날개를 활짝 펼친 모습이 흡사 마법을 부리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지... 이 시기부터 열십자 모양이 내가 날개를 펼친 모습을 연상시키게 되어 마법과 십자가라는 단어가 동의어가 되어 버렸지...”


이 말을 들은 은빛 마우스는 대뜸 질문을 했습니다. “그럼 예언에 나오는 마법의 십자가 그 마플 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러자 시조마플이라는 존재는 커다랗게 웃기 시작했습니다. "허허허,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닐세...",  "그럼 누가 예언의 마플 입니까?” 은빛 마우스는 너무나도 궁금한 답을 재촉했습니다.


이러한 은빛 마우스에게 시조마플은 잔잔히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건 먼 훗날, 아주 먼 훗날의 일이니 궁금증을 접어 두게나...” 그러자 의아해진 은빛 마우스가 “시조마플께서 저를 선택해 이야기를 나누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라고 말을 했습니다.


“나의 신체는 이미 수 천만년 전에 사라졌다네..." 시조마플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시조 마플의 육체가 사라졌다면 지금 저와 이야기하고 있는 당신은 도대체 어떻게 존재한단 말씀이신가요?” 대화를 나눌수록 궁금증만 늘어가는 은빛 마우스가 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


“아까 이야기 하지 않았나? 자네의 손이 이 돌에 닿자마자 모든 기억이 흡수 되었다고... 이돌이 존재 하는 한 자네의 모든 기억은 이 속에서 영원히 존재하게 될게야...” 점점 이해가 안되는 말에 은빛 마우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합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어허, 말이 안 되긴? 하긴, 나도 처음에는 이 돌을 발견했을 때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었지... 이미 얘기 했지만 이 돌은 극 초미립자 덩어리야... 한 처음 유일하게 존재하던 우주 기초 물질이지... 극 초미립자는 모든 물질과 모든 영혼의 기반이 되는 존재야...”


“한 때는 하나도 빠짐없이 뭉쳐져 거대한 하나의 행성으로 존재했던 적도 있었지... 이때의 극 초미립자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꿈을 꾸게 되었어... 자신들이 물질과 영혼의 기초 단위라는 것을 깨달은 이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 그 자체가 우주 전체인 극 초미립자 행성, 하나 행성일세...”
 

“이 하나의 행성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념의 시간 단위로는 추산할 수 없는 억겁의 세월동안 현재 우주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와 앞으로 나타나게 될 모든 생명체, 그리고 이들 주위에 있는 모든 물질과 상호 간섭에 의한 현상들 즉, 우주 전체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알게 되었어...”


“하나 행성은 우리 마우스들이 우주를 가득 메울 정도로 많아 모두의 두뇌를 합한다 해도 감히 따라갈 수 없는 그야말로 전지전능 그 자체였던 것일세... 지금 나의 영혼이 담겨져 있는 이 돌은 태초 하나행성 폭발당시 파괴 되거나 분해 되어 다른 물질로 변이되지 않은 순수 하나 행성의 일부지...”


“비록 우주의 모든 비밀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그 모든 것을 이해 할만한 지혜와 하나행성의 일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극 초미립자 덩어리야... 바로 이 어마어마한 능력 때문에 내가 이 극 초미립자 덩어리의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네...”


“이 극 초미립자 덩어리는 선과 악에 대한 개념이 없다네... 물질의 특성상 맞닿는 모든 전도성 물질의 정보를 그대로 복사해 하나의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뿐이지... 또한 입력된 정보와 연계 고리를 가지고 있는 자료를 접촉된 물질에 전송하기도 하지...”


“지적 능력이 있는 생명체 중 최초로 이 돌과 정보를 교환한 것이 바로 나일세... 처음에는 이 돌이 내게 보내주는 신호가 무엇인지 해독 할 수가 없었어... 왜냐하면 이 돌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는 극 초미립자의 신호체계로 이루어져 우리가 알고 있는 언어로는 해독이 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 일세...”


“내가 이 돌의 기억 정보를 처음 해독하게 된 것은 첫 접촉이후 세 달이 지난 후였지... 이 돌 속에 입력된 기억인 또 하나의 나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사방에서 쉬지 않고 밀려드는 알 수 없는 신호들에 의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거의 미치기 직전까지 간 나에게 일련의 영상 자료들이 다가오기 시작했어... 바로 북극 행성 중기에 번성했던 설치류의 기억들 이었네... 정말 암흑 속에서 발견한 유일한 빛이었지... 비로서 내가 해독 가능한 신호는 영상자료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 이후부터는 스스로 이 돌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각종 생명체들의 영상 자료를 만나기 시작했지... 설치류들의 영상은 그런대로 괜찮았어... 일부 생명체들의 기억은 색이 전혀 없는 흑백 영상을 담고 있어 이 기억이 보았던 사물을 식별하느라 여러번 반복해서 접촉 했었네...”


“약 세달 동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나는 거의 모든 영상 기억들을 접할 수 있었고 눈을 가진 생명체의 출현 이후 마치 내가 그 수많은 세월을 직접 살아 온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북극 행성 역사의 대부분을 파악하게 되었지...”


“하지만 곧 무력감에 빠지기 시작 했어... 내가 파악한 정보는 이들이 가진 정보의 극히 미미한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북극 행성의 모든 것이 기록된 이 돌의 영상자료 이외는 내가 전혀 해독할 수 없는 신호들 이었으니까...”


“이후 한달 가까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신호 해독에 매달리던 나는 결국 체념 할 수밖에 없었어... 불가능한 일이었지... 암,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렸던 게야... 그동안 알게 된 정보만도 정말 대단한 것이었는데 말이지... 그렇게 한동안 침울해져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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