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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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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이전부터 양 대륙 중간 지대 호수 가운데 작은 섬에는 호수 주변의 거대 식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뻗어 올려 하늘을 가린 가지 사이사이 빈틈을 뚫고 들어오는 극소량의 빛줄기로 만족하며 대부분의 에너지를 뿌리를 통해 호수 물에서 조달해 생존하고 있던 나무가 한 그루씩 있었습니다.
호수 가운데 자리한 이 작은 섬은 몸집이 작은 설치류들과 조류, 곤충과 박쥐들의 유일한 피난처였습니다. 당시 모든 동물들이 덩치 불리기에 급급했기 때문에 수면에 뜰만한 부력을 얻기 전에 가라앉아 버릴 만큼 커다란 동물들이 전부였고, 유일하게 설치류들만이 뭍에서 섬 사이를 왕래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몸집이 작은 새들과 박쥐는 이 생명의 나무에 살고 있는 다양한 곤충들을 먹이로 삼았기 때문에 호수를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었고, 곤충들이 호수로 몰려드는 것은 거대 동물들에 의해 시도 때도 없이 짓밟히는 뭍 식물에 알을 낳아서는 번식에 성공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안전한 번식지로 찾아드는 곤충들이 많아지다 보니 새들과 박쥐의 서식이 오히려 적당한 종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설치류인 쥐와 곤충들은 거대 동물들이 잠들어 있는 틈을 타 뭍에서 먹이를 찾고 휴식이나 잠은 섬에 돌아와서 취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습니다.
곤충들은 모두가 뭍에 있는 거대 식물들의 뿌리 부분에 공생하고 있는 동그란 알 모양의 금속 벌레들을 주식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금속 벌레들은 식물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특수 화합물을 이용해 금속성이 강한 토양을 녹여 주고 이 틈으로 뿌리가 뻗어 내려 땅을 가르면 뿌리를 따라 내려가 금속들을 녹여 식물과 함께 양분을 섭취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순기능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금속 벌레들이 너무 많아지게 되면 뿌리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땅을 녹이고 들어가 모든 양분을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거대 식물들이 고사해 버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금속 벌레들을 적당히 잡아먹으며 생태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곤충들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금속벌레 들이 거대 식물을 고사시키는 경우는 대개 곤충이 잡아먹지 못할 만큼 덩치가 커진 금속 벌레들이 쉴 새 없이 새로운 알들을 낳기 때문에 개체수가 급격히 불어나서 발생합니다.
쥐들은 이렇게 덩치가 커진 금속 벌레들을 잡아먹으며 살고 있는데 각자 먹이에 대한 취향이 다양하여 철성분이 많은 지대에 서식하는 금속 벌레들을 주로 잡아먹는 쥐들이 있고, 금 성분 지대의 금속 벌레들을 좋아하는 쥐들이 따로 있습니다.
또한, 은과 다이아몬드 지대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광맥 분포에 따라 자연스럽게 네 개의 무리가 형성되어 생명나무 동서남북 각 가지마다 철, 금, 다이아몬드, 은을 좋아하는 쥐들이 둥지를 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위쪽에는 새들이 둥지를 틀고 아래쪽에는 박쥐들이 거꾸로 매달려 자리를 잡았습니다.
극 초미립자 분출 때 발생한 열 폭풍은 호수를 겹겹이 에워싸고 있던 거대 식물군을 태워 버린 후 소멸 되었습니다. 시시각각 생존을 위협하며 호수로 들어가는 빛을 한줄기 한줄기씩 차단해 버리던 거대 식물들이 생명의 방패가 되어준 셈이었습니다.



2004-03-09 03:00:17 (220.116.17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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