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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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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품성이 강직한 이 부족은 예부터 내려오는 풍습을 중시해 어둠 나라에서 비롯된 제1차 산업혁명 열풍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묵묵히 생업에 충실하여 자연이 주는 혜택을 아직도 잃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부족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어린 마우스들까지 참여해 증산된 식량을 나누어 주는 것도 이들 이었습니다.
철갑마우스 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점 궁핍해진 다른 부족들은 예전의 교훈을 망각한 채 금과 은, 다이아몬드 등의 광석들을 마구 파내어 어둠나라의 식량과 교환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일체 협상에 응하지 않는 철갑 마우스 부족의 철광석을 제외한 필요한 모든 광석들을 넉넉히 수입한 어둠나라는 식량가격을 점점 높게 책정하여 채광 량을 늘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빛의 나라 국토를 날이 갈수록 황폐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일방적인 조건으로 빛의 나라 물자들을 수입했지만 전동 차량과 공장 같은 각종 시설물들의 골격에 들어가는 강철만큼은 어둠나라에 있는 모든 광산을 채굴해도 턱없이 부족해 철갑마우스들이 보유하고 있는 철광석을 수입하기 위해 날마다 새로운 조건을 제시해 보았지만 도무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빛의 나라에서 유일하게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한 철갑 마우스 족은 광석을 마구 캐내면 금속나무 뿌리가 손상되어 생태계 파괴로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 것을 염려했던 것입니다.
급기야 대형 전동차량 10대분의 철광석과 식량 100대분을 교환 하자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철광석 10대분은 금속나무에 손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양이고 100대분의 식량이면 빛의 나라 전체 마우스의 석달치 식량에 해당합니다.
이런 파격적인 제의에도 불구하고 내키지 않는 듯 협상에 나선 철갑 제일 기사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마침내 협상 종료 시간이 되자 어둠나라에서는 50대 분을 더 주겠다는 최종 안을 제시했습니다.
빛의 나라 다른 마우스 부족은 내심 100대분이 아닌 단 10대 분이라도 당장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철갑 마우스 족 소유의 철광석 인지라 초조한 마음으로 협상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100대분에 50대 분을 더 받아낸 철갑 제일기사는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한달 이내에 150대 분의 식량을 빛의 나라로 보내오지 않는다면 이 계약을 무효로 하겠습니다.”
한달이 아니라 보름 만에 150대 분량의 식량을 운반해온 어둠나라는 즉시 대형 전동차에 철광석을 싣고 어둠나라로 돌아갔습니다.
전기로 움직이는 집채만 한 전동차가 그 무거운 철광석을 가득 싣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본 빛의 나라 마우스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고된 노역에 참여하면서도 제대로 먹지 못해 기운이 빠져 있던 빛의 나라 마우스들은 철갑 마우스 족이 보내준 식량을 창고에 가득 쌓아 놓고 모처럼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배불리 먹었습니다.
곳곳에서 어린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드리고 사방에서 축포가 터졌습니다.
밤이 새도록 축제를 즐긴 빛의 나라 마우스들은 새벽녘이 되서야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2004-03-09 02:55:09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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