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장사와 종교)
그들이 도착한 곳은 무역 중심지였다. 여러나라 사람들과 물품이 오가고 있었다. 잡다한 종교까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힘을 가진 곳이었다.
오나라에서 처럼 시간을 낚고 있었다. 대장군도 현지정보를 수집하며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날이 갈수록 흐름이 또렷해지는 재미가 쏠쏠했다.
"장사도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군요. 군사정보만 보았던 제게는 그야말로 신세계 입니다. 전쟁으로 무역로가 막힌 때라 내부다툼이 머지 않은듯 합니다."
무표정 하기만 했던 대장군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벌써 거기까지 보셨습니까? 정치 보험에 실패한 커다란 장사조직 한두개는 무너지겠지요.
그와중에 필요한 인재를 얻을수 있을듯 합니다. 여러나라에 걸쳐 장사조직을 두면 자연스레 정보가 모입니다. 물품과 자금은 물론 인력과 정보까지 관리하게 됩니다.
대장군께서 갑옷을 입고 계셨다면 국경을 통과할수 없었을 겁니다. 평복을 입었다 해도 전쟁이 나면 이동이 막힙니다. 하지만 장사조직은 제약이 덜합니다.
특정물자는 전쟁시기에 더 많이 필요해 집니다. 그런것을 취급하면 웬만한 도성은 내집 드나들듯 할수 있습니다. 물품 하나만으로 통행증을 만들수 있습니다.
여기에 종교까지 더하면 만능 통행증이 완성됩니다. 왕후, 궁녀들이 있는 내궁은 남자의 출입이 어렵습니다. 거세한 내시만이 출입할수 있는 곳입니다.
종교 이외의 다른 직업은 내궁을 드나들수 없습니다. 속세를 초월한 비정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시 처럼 남성성을 제거하면 더 완벽해 집니다.
생물적 제거가 아닌 선언적 제거만로 가능합니다. 종교직을 금욕화 시키면 됩니다. 결혼은 물론 여자를 만나는 것을 금지하는 종교가 되면 완성됩니다.
장사조직을 종교조직과 융합시키면 가장 강력한 정보조직이 탄생합니다. 금욕종교는 구성원의 사적 이해관계를 최소화 시킵니다. 분열 가능성을 줄여주죠.
이곳에 모여든 장사조직과 종교를 모두 파악해 두면 완벽한 정보조직을 완성할수 있습니다. 또한, 이미 작동하고 있는 다른 정보조직도 엿볼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후 뒷돈을 받은 관군이 한 상단을 애워쌓다. 사내와 대장군이 예측했던 바로 그 상단이었다. 습관처럼 주변을 기웃거리던 두사람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람들이 줄줄이 묶여서 끌려 나오기 시작했다. 대장군이 활 시위를 당겼다. 불화살이 날아갔다. 창고에 불이붙자 사내가 달려나가 소리질렀다.
"불이야~ " 몇번 소리치더니 군졸들 곁으로 다가갔다. "저 많은 금은보화가 다 타버리겠네... 한두개만 챙겨도 팔자를 고칠텐데 나리들은 욕심이 없으시네요."
눈빛이 변하며 서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불길이 더욱 치솟아 오르자 군졸들이 앞다투어 창고로 달려갔다. 그틈에 끈을 풀어 한 젊은이를 구해냈다.
숙소로 돌아온 세사람이 마주 앉았다. "왜 저를 구해주신 겁니까?" 차분한 목소리로 젊은이가 물었다. "우리와 세상 구경이나 하세... 딱히 갈데도 없지 않은가?"
일가붙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알고하는 소리에 궁금증이 커졌다. "우리도 같은 처질세... 그래서 얽매임이 없지, 세상이 뒤집어 져도 걱정이 없으이~"
관군의 움직임이 잠잠해 지자 종교란 종교는 모두 찾아다녔다. 금욕종교로 발전할 가능성이 엿보이면 사나흘 머물며 인물들의 됨됨이를 꼼꼼히 살폈다.
그 과정에서 젊은이의 성품을 눈으로 확인한 사내가 자신들을 소개했다. "우린 백성의 나라를 꿈꾸고 있다네... 왕정, 귀족세도 정치를 부정하는 역도인 셈이지"
"백성의 나라를 세우는데 제가 무슨 쓸모가 있습니까?" "나라를 세우려면 조직을 만들어야 하지, 조직을 관리하고 유지하려면 제대로 정보를 다루어야 하고...
자넨 여러 나라에 구축된 상단조직의 정보와 자금을 관리 했었지 않나? 그 경험이 딱이지... 이번에 조사한 종교와 어우러지면 세상을 만들어 갈수 있을 것이야,
이분은 바람의 나라 대장군이시네, 난 세상을 내집삼아 돌아다닌 사람이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꿈일세, 우리와 함께하지 않겠나?"
"상단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부귀영화도 하루아침에 사라질수 있다는 것을... 법이 세워져 권세가 사라지는 세상이라면 같이 가겠습니다."
"딱 하나의 조건이 있네, 새나라를 세우기 전엔 가정을 꾸리지 마시게, 사사로운 인연이 발걸음을 작게 만들지, 거침없이 내달려야 새세상을 열어 제낄수 있다네..."
모든 나라, 상단, 귀족들의 정보조직이 시시각각을 다투고 있었다. 그들이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정보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우선 선택한 종교를 앞세우기로 했다.
인적 규모는 작았지만 교리가 좋아 금욕종교에 적합했다. 신도들의 십시일반과 젊은이가 도심에 만들 상점에서 지원하는 자금을 기반으로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종교직자들로 핵심조직을 만들어 정보를 연결하되 상점에서 현지인을 임시 고용해 수집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언제든 연결고리를 잘라버릴수 있는 방법이었다.
암약하고 있는 다른 정보조직에도 촉각을 세웠다. 아무리 그럴싸한 정보조직을 만든다고 해도 암약하는 상대를 모르면 무방비 상태로 당한다.
"암약 정보조직을 다 찾아내기 이전엔 우리의 실체를 철저하게 숨겨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용 당하는 지도 모른채 남좋은 일만 해주게 됩니다."
그제서야 손자와 선문답을 나눈 이유를 알게된 대장군이 무릎을 쳤다. 얼추 정보조직 뼈대를 만든 세사람은 백성의 나라를 시범실시할 곳을 찾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