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마우스 창세기 29,30,31

다시 몇 시간이 더 흐르자 어두컴컴한 사방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다. 아침이 올 때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어둠 나라에서 보내오는 전기마저 끊겼는지 모든 전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에 휩싸여 지루하게 계속되는 밤을 뜬눈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 시각 빛의 나라 원로들이 모여 국정을 논의 하는 철갑성에는 어제 대량으로 확보한 식량을 모든 부족에게 차질 없이 골고루 나누어주기 위해 모였었던 각 부족의 원로들이 시간이 지나감에도 우주의 빛이 돌아오지 않자 비상 회의를 열고 있었습니다.


전력반을 보내어 전선에 이상이 없는지 검토해 볼 것을 지시한 직후 하나동굴 경비병이 급보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원로들께 보고 드립니다. 하나동굴 중간에 거대한 철갑문이 설치되어 어둠나라로 가는 입구가 완전히 폐쇄된 상태입니다. 또한, 집진장치에 공급되는 전력이 끊어져 우주의 빛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잠시 숨을돌린 경비병이 말을 이어갑니다. “하나동굴 경비 대장인 은빛 제일기사가 좀더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하나 동굴로 병력을 진입시키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원로들은 앞다투어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어허! 하나동굴이 폐쇄 되었다고?” “동굴 중간에 철갑문이 설치되었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예, 아주 거대한 철갑문이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몇 달 전 그 위치에 균열이 발생 하였다 하여 어둠나라에서 철제 구조물로 보강했던 곳입니다. 바로 어제 까지만 해도 동굴 벽면에 설치된 원통형 빔만 있었던 것으로 보고 되었습니다. 아마, 대형 전동차가 철광석을 싣고 되돌아간 직후 가설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렇다면 불과 12시간도 채 안되어 그 거대한 동굴을 막았단 말인가?” 한 원로가 탄식을 내뱉으며 말했습니다. “어제 보았던 대형 전동차를 보셨지 않습니까? 그 무거운 철광석을 가득 싣고도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철갑문 정도야 쉽게 운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경비병이 침착하고 조리있게 질문에 대답합니다.


“흠! 철갑문을 미리 만들어 놓은 후 밤사이에 하나동굴을 막았다? 최근 들어 식량을 보내주는 대가로 많은 양의 광석들을 요구 했었지... 빛의 나라에 있는 모든 종류의 광석을 대량 확보한 후 한 동굴을 막아버렸다?
그것도 밤사이에... 계획적인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정황을 대충 파악한 원로들은 한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그 많은 광물들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 거지? 우주의 빛을 돌려보내지 않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빛의 나라 원로들은 불안에 휩싸여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일단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금빛 마우스들을 각지에 파견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체 발광력으로 어둠을 해결 하도록 합시다. 또한, 박쥐 마우스들과 한조로 각 마을에 상주시켜 원로회의에서 전달하는 사항을 실시간으로 알릴 수 있도록 하구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원로들의 의견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생각 이십니다. 우선 하나동굴로 전투력이 뛰어난 철갑 마우스 위주로 부대를 편성해 병력을 증파합시다. 그리고 그곳 까지 전파 거리와 발광 가시거리를 감안하여 박쥐 마우스와 금빛 마우스 부대를 집중 배치해야 합니다. 우선 통신망과 도로망을 확보해야 병력의 이동이 자유로울 테니까요."


"또한, 모든 군대를 하나동굴 앞에 포진 시키도록 은빛 사령관에게 권유 합시다." 점점 구체적인 제안이 나옵니다. “우리 다이아몬드 마우스들은 금빛 마우스 주위에서 빛을 반사하여 되도록이면 보다 넓은 지역에 빛이 퍼지도록 돕겠습니다.”


회의를 마친 원로들은 지시한 사항이 완료되면 박쥐마우스 들을 통해 원로들이 있는 철갑 성으로 보고 하도록 당부한 후 밤새 식량 운반을 지휘하던 은빛 사령관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식량 운반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은빛 사령관은 갑자기 전기가 나가며 칠흑 같은 어둠이 계속되자 이상사태를 직감했습니다.

 

서둘러 금빛 마우스를 앞세워 길을 밝히며 원로들이 기다리고 있는 철갑성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강력한 조직력을 갖추어 급속도로 성장한 어둠나라와 같은 대군은 아니지만 무술과 병법에 관심이 많은 마우스들을 기사로 등용해 느슨한 형태의 군대를 이끌고 있는 마우스가 바로 은빛 사령관입니다.


정치와 내정에 담을 쌓은 빛의 나라 군대이지만 폭발적인 성장으로 빛의 나라 국력까지 빨아들여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실질적 쇄락을 가속시키는 어둠나라의 독주를 견제하기위해 일선에 나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얼마전 배짱 두둑한 협상으로 식량난을 해결한 철갑 제일기사가 그 휘하에 있습니다.

 

또한 지금 하나동굴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은빛 제일기사 등 각 마우스 부족에 제일기사를 한명씩 두고 있습니다. 빛의 나라에는 모두 다섯 부족이 있어 총 다섯 명의 제일 기사가 있습니다. 은빛 제일 기사의 지휘를 받아 하나동굴로 진입한 경비대는 동굴 중간 부분에서 거대한 철갑문과 맞닥뜨렸습니다.


먼저 들어와 상세히 살펴보던 선발대의 보고를 받은 은빛 제일 기사는 박쥐 마우스를 통해 철갑성에 비상 사령부를 설치한 은빛 사령관에게 상황 보고를 시도했습니다. “치직... 치지직...” 동굴 안의 전파상태가 좋지 않아 통신이 불가능하자 박쥐 통신병들이 조금 더 가까운 거리를 유지 하도록 조정했습니다.


“치... 아! 은빛 장교인가?” “예, 이곳 정황을 보고하겠습니다.” “치... 전파 사정이 안 좋군, 상황은 어떤가?” “동굴 중간에 가설된 철갑문을 살펴보니 상당히 견고해서 공기도 새어나가지 못할 정도로 빈틈이 없습니다. 또한 이쪽에서 열수 있는 개폐장치가 전혀 없습니다.” “그 철갑문을 폭약으로 폭파하면 어떨까?”

 

 “철갑문의 두께를 측정해 보았습니다. 하나동굴 중간 부분이 매몰되는 것을 감수한다면 모를까 저육중한 철갑문을 이쪽에서 파괴한다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더구나 천정에는 우주의 빛이 이동하는 전송관이 있습니다. 이것이 파괴되면 우주의 빛을 되찾아 오는데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겁니다."


“허! 난감한 일이로군” “아마도 어둠나라 쪽에 이 문을 개폐할 수 있는 동력장치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들이 열지 않는 한 도저히 열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로군” “예! 지금 파악할 수 있는 모든 단서들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내일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알았네. 지금 모든 병력을 하나동굴로 집결 시키는 중이야... 치직... 박쥐 마우스와 금빛 마우스들이 먼저 출발 했으니 전파 병들을 조금 더 조밀하게 배치하도록 하게” 하나동굴 경비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그 후 몇일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말 뿐이었습니다.


여러 날 빛이 없는 시간이 계속되자 기온이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평상시였다면 여름 이었을 이 시기에 집집마다 난로에 불을 지피고 때 아닌 한겨울밤을 불안감에 휩싸여 보내고 있었습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빛의 나라에서 보내주던 우주의 빛이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방치된 아래우주의 생명행성들 이었습니다.


앞으로 며칠만 더 현재의 상태가 지속되면 각 행성들이 급속도로 냉각되어 생태계가 파괴돼 무수한 생명들이 사라져 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현재 상황이 장기화 될 것이 예상되자 원로 회의 에서는 생명 행성에 대한 대책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앞으로 칠일 입니다. 너무 촉박한 시간이라 이를 감안한 방안 위주로 의견을 내주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우주의 빛을 되찾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아주 희박합니다. 따라서 우주의 빛을 배제한 상태에서 우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생명 행성들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생명행성 근처에 있는 행성 중 가스층이 두텁거나 연쇄 폭발이 가능한 수소 및 고질량 원소 함유량이 많은 행성들을 폭발시킨다면 우주의 빛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어둠나라에서 보내주던 전기동력마저 끊긴 상태라 난감하군요."

 

"행성들을 폭발시킬 에너지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더구나 우주빛이 없는 상황이니...", “정말 최악의 상황이군요. 더 의논해 보아도 해결 방법이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지혜의 돌을 찾아가 보는 것이 어떨 런지요?"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빛의 나라 역사상 최대의 위기 상황이니 그 지혜를 빌릴 수밖에요” 이렇게 해서 빛의 나라 다섯 부족의 원로들은 서둘러 지혜의 돌을 찾아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꼬박 사흘이 걸려 사막 한가운데 도착한 원로들은 금빛 마우스 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도움으로 손 모양의 홈을 찾아냈습니다.


다섯 원로 중 제일 연장자인 박쥐 원로가 이 홈에 손을 가져다 대자 신기하게도 돌에 있는 홈이 딱 들어맞았습니다. 한시간여 동안 마치 석고상처럼 굳어져 꼼짝도 하지 않던 박쥐 원로가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아주 많이 지친듯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 있는 식은땀을 힘겹게 들어올린 손으로 천천히 닦아냅니다.

 

그리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네 원로들에게 입을 떼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군요. 내가 몇 일만에 깨어났습니까?” “약 한 시간 정도 밖에 흐르지 않았습니다.” 믿기지 않는 듯 지혜의 돌을 쳐다보던 박쥐 원로는 저린 팔을 주무르며 지혜의 돌과 나눈 이야기를 천천히 말 해주기 시작했습니다.